자기 전에 생각난 옛날 이야기 하나.
십몇년 전에 미국의 어느 한인교회에서 드보아 가상칠언 테너 솔로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교회 지휘자는 50대의 여성이었는데 한국에서 꽤 이름 있는 학교를 나왔지만 여러모로...격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크게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3가지.
1. 리허설 때 '마디(measure)'를 항상 '소절(phrase)'이라고 칭했다. 몇주동안 계속 그걸 듣고 있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마디'라는 단어를 '소절'로 치환하다 보니 정작 노래에서 중요한 '소절'이라는 개념이 상실되어 한 소절을 이어가는 것, 즉 프레이징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 예배 중 특송 시간에 나와서 노래를 하는데 마치 살롱 콘서트를 하는 것 처럼 피아노에 한쪽 팔꿈치를 대고 상체를 젖힌 채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자신이 어디서 무슨 노래를 하고 있는지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았다.제일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세번째였다.
3. 가상칠언 연주회는 교회에서 부활절을 맞아 준비하는 공연이었는데, 보통 연주를 준비하면서 지휘자는 합창단원/성가대원이 잘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말이나 힘이 되는 한 마디를 준비하게 마련이다. 이 지휘자는 '우리가 잘 해서 청중이 감동하는 연주를 만들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걸 강하게 표현하겠다고 우리 앞에서 나름대로 골라냈을 문장이 정말로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노래하는 걸 듣고 사람들이 오줌을 질질 싸게 만들어야 한다"
살면서 연주 준비 시간에 저런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대체 저런 말을 성가대 앞에서, 그리고 나같이 외부에서 초빙한 솔로이스트까지 있는 자리에서 자신있게 말하는 저 사람의 정체가 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하게도 이후 그 지휘자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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