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세기 말, 학교급식이 실시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동생은 그날 반찬으로 잔칫집에서 얻어온 누른 돼지머리 편육을 싸갔지요.
점심시간이 되자 평소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던 아이들은 편육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까닭에 굉장히 신기해했습니다.
"야 이거 무슨 고기야?"
동생은 차마 돼지 머리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그저 돼지고기라고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다면서 편육을 계속 집어먹고 있을 때, 반에서 왕따 축에 드는 여자아이가 옆을 지나갔습니다. 당시 그 반 아이들은 얼굴이 까만 그 아이를 아프리카 또는 띠까띠까(?)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 아이를 보면서 동생과 함께 밥 먹던 아이들은 자기 딴에 농담을 합니다.
"야 쟤는 이 돼지고기 머리통도 먹는다?"
"우하하하하하!"
아이들은 웃어댔지만, 그 때 동생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금 니들이 먹고 있는 게 바로 그거다!'
이야기를 들은 후 이뤄진 형제의 대화.
나 : 근데 왜 바로 이야기를 안했냐? 머리고기라는 걸.
동생 : 혼자 알고 있어야 재밌지.
나 : 먹고 나서 5교시쯤에 애들한테 이야기 해주면 더 웃겼을 텐데. 토하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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