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캔자스대학교에는 Spencer Museum of Art라는 꽤 큰 미술관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초입에 한국인 예술가의 작품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까 한다.
작품명은 Translated Vase, 직역하면 형태를 바꾼 꽃병 혹은 도자기.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이 작품에 대해 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 굉장히 흥미로워한다.
작품은 주 재료로 공방에서 버린 깨진 도자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자기 파편을 서로 잇는 재료로 금박을 사용한다. 금(crack)을 금(gold)으로 붙인다는, 말장난이면서 동시에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를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 빗대서 설명한다면 다음과도 같다. 우리는 살면서 삶의 목적조차 잃어버리고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박살난 상태로 버려져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금 간 자국이 남고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아도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삶을 꿈꿀 수 있다면 깨져버린 자신을 긁어모아 얼기설기 이어붙여 약함의 상징이 된 금(crack)이 영광스러운 금(gold)으로 변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마치 공방에서 버린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아카이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태인은 크리스마스에 중국음식을 먹는다 (1) | 2023.12.20 |
---|---|
근성가이 한씨의 징용탈출기 (0) | 2023.06.06 |
2005년 마이애미 납치강간사건 이야기 (1) | 2023.05.11 |
퍼즐 회사는 항상 같은 패턴으로 퍼즐을 자른다 (0) | 2023.05.05 |
미국 원주민 전설 - 이로쿼이 부족 VS 괴수 (0) | 2023.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