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글은 많고 좋은 소재를 잘 풀어내는 작가도 많은 시대에 '어느날 갑자기 아무도 죽지 않게된 한 나라의 이야기'는 신선하지만 충격적일 정도의 소재는 아니다. 오히려 소재는 압도적으로 흥미롭지만 용두사미로 끝맺는 작품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인 요즘이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소재를 가지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어떻게 끝을 맺을 것인지였고 끝까지 흥미있게 읽었다. 노벨상은 역시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중간중간 놀라운 시도들이 보이는 것에 비해 끝맺음은 잔잔하지만, 수미상관을 이루면서 서두와 마지막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죽음에 대한 사변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소재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인류역사 내내 지겹도록 회자되는 사랑 이야기를 한방울 첨가하는 실력도 절묘하다.
mors obdormiv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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