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옛 일을 추억하며 썼던 글...을 재탕했습니다.
(사진 출처는 네이버 앨범 어딘가)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쯤 타보았을 리어카 스프링 목마.
가격은 언제나 100원.
가사 전달이 잘 안되는 동요가 흘러나왔던
어린이들의 움직이는 놀이터.
어떤 아이든지 골목길 앞에 목마가 버티고 있다면
"엄마 백원만!"
을 외치게 만드는 그 현란한 색채의 목마들.
난 그 목마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
국민학교 1학년(초딩이 아니다!).
이사를 하게 된 이유로 목마계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나에게
골목길의 눈부신 햇살 사이로 목마가 다가왔다.
삐걱삐걱거리는 소리와 흥겨운 동요는 나를 흥분시켰고(-_-';)
급기야 나는 모친께 간구했다.
"엄마 나 저거 탈래!"
"안돼. 저건 애기들이나 타는 거야."
엄마…
난 애기 아니우?
결국 1분여에 걸친 파상공세 끝에 난 리어카 목마를 탈 수 있었다.
근데…어째 분위기가 이상했다.
맨 왼쪽 가장자리에서 나를 맞이하던
녹청색의 목마…할아버지.
녹슨 스프링은 심후한 기운을 내뿜으며
붉다 못해 고동색으로 변해가며 세월의 풍상을 보여주었고
나보다 더 나이 많아 보이는 목마는
꼬리와 한쪽 핸들이 부서져 있었다.
다른 자리는 없었다!
그래도 타고 싶어!
난 용기있게
(사실은 목마가 너무 타고 싶어서 눈에 콩깍지가 씌인 탓에 위험요소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
목마에 올랐다.
끼이익-끼이익-
어허~ 소리 좋고!
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목마를 타고 내달렸다.
나와 목마가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BGM은 뽀뽀뽀.
그러나 그 쾌감은 5초밖에 즐길 수 없었다..
투욱!
으아아아아아아! 세상이 왼쪽으로 돈다!
오른쪽 앞다리에 걸린 스프링이 끊어졌다.
그대로 오른쪽 목마에 박치기!
그 반동으로 목마 앞쪽 쇠파이프 프레임에 헤딩!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마름모꼴 문양이 새겨진 네모난 보도블록이었다.
태어나서 두번째로, 그것도 놀다가 코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 후로 목마는 안탄다. 대신 자전거 탄다.